주일 설교
하나님 안에서 질문합시다! (전 1:1-11)
우리는 질문하며 살아갑니다. 때로는 속으로 삼킨 질문도 있지만, 삶의 모든 과정 속에서 우리는 ‘왜?’ 라는 질문을 던지며 멈춰서 뒤돌아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왜 이렇게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가는가? 왜 나는 수고해도 만족이 없는가? 왜 인간의 역사는 진보하지 못하고 되풀이되는가? 전도서는 이런 질문으로 가득한 책입니다. 오늘의 말씀 전도서 1장은 삶의 반복성과 무의미를 바라보며 질문하는 인간의 모습을 가장 정직하게 담고 있습니다.
전도서 1장에는 인생이 가질 수 있는 다섯 가지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① 우리의 삶에 진정한 의미가 있는가?(2절) ② 모든 수고와 노력이 과연 궁극적인 유익이나 만족을 가져오는가?(3절) ③ 삶의 반복성과 무상함 속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4-7절) ④ 왜 인간은 무엇을 얻어도 궁극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가? ⑤ 인간의 존재는 과연 영원한 흔적을 남길 수 있는가?(11절)입니다.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를 하나님 앞에 서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정체성과 관련된 질문입니다.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1:4) 이 말씀은 자연은 그대로인데, 인간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 대조를 통해 전도자는 ‘나의 존재는 궁극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는 결국 잊히는 존재인가?’ 더 나아가 ‘내 존재는 누구인가?’를 묻습니다.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히 철학적인 사색만은 아닙니다. 이것은 매일의 일상, 직장과 가정, 고단한 삶의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실존적인 질문입니다. 정체성의 혼란은 자신의 존재 에 대한 영적 방황으로 나타납니다. 하나님 안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면, 영적 공허감이 생기고, 세상 속 여러 정체성을 찾아 떠돌 수 있습니다.
5절에서 해는 뜨고 지며 그 자리로 돌아오고, 바람은 돌고 돌며 그 길로 계속 순환하고(6절), 강물은 바다로 흐르되 채워지지 않으며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다고 고백합니다(7절). 이는 인간의 삶이 아무리 애써도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채우지 못하는' 한계 속에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잘 묘사해 줍니다. 이 가운데 전도자는 "사람이 말로 다 할 수 없나니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차지 아니하도다"(1:8)라고 선언합니다. 여기서 '족함이 없다'는 히브리어(티마레나)는 인간의 감각은 아무리 채워도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해 아래 인생의 실존적 결핍입니다. 실존적 공허감, 정체성의 혼란이 삶의 의미와 목적의 상실로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공해도 허무함을 느끼고, 많은 것을 이뤘어도 남는 것이 없다고 느낍니다(1:7). 결국 정체성 문제는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로 인한 영혼의 불안으로, 공허감으로, 의미와 목적의 상실로 나타남을 보여줍니다.
이와 같은 질문은 성경 속 인물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왕상19:4, 렘20:14-18). 그들은 신앙의 사람이었지만, 삶의 무게 속에서 존재와 수고의 의미를 질문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 질문은 여전합니다.
전도서가 보여주는 이 질문들은 질문이 절망의 끝이 아니라, 하나님께 나아가는 변곡점이라는 사실입니다. ‘해 아래에서’ 반복과 헛됨의 관찰은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해 위’를 바라보게 합니다. 하나님 없이 보면 헛되지만, 하나님 안에서 보면 그 반복 속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일상 속에 감춰진 하나님의 손길을 보게 되고, 해 아래의 관점이 아니라, 해 위의 관점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안에서 질문은 신앙의 문턱을 넘어서 해 위의 하나님을 갈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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