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추석, 오곡백과 무르익는 풍요로운 계절이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윤동주 시인의 『참회록』은 묵직한 울림을 던집니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라는 시구는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아픔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끄러워했던 시인의 고뇌를 보여줍니다. 이 구리 거울은 비단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적 유물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얼굴로 이 거울 앞에 서 있을까요? 물질적 풍요는 얻었지만, 하나님과의 관계는 멀어진 시대. 죄로 인해 왜곡된 인간 본성이 발현되어 서로를 향한 사랑과 긍휼은 메말라가는 각박한 현실, 윤동주 시인이 치욕스러워했던 ‘녹슨 거울’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도 부끄러운 자화상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함 없이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잊은 채, 오직 세상적인 성공만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아닐까요? 성경은 인간의 모든 죄를 거울처럼 비추며 우리의 본질적인 부패를 드러냅니다(렘17:9, 롬3:23).
기성세대는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주고자 애쓰고 있습니까? 더 넓은 집, 더 많은 통장 잔고, 더 좋은 학벌. 세상적인 가치에 매몰되어 물질적인 유산을 물려주기에 혈안이 되어, 정작 가장 중요한 '영적인 유산'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닐까 되돌아봅니다. 윤동주 시인이 부끄러워했던 것은 나라 잃은 백성으로서의 치욕이었지만, 오늘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그분의 말씀 위에 굳건히 서는 신앙을 다음 세대에게 바르게 전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반성일 것입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세상의 가치에 휩쓸리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도록 양육하는 것이 우리의 마땅한 의무입니다(신6:6-7).
한가위를 맞아 온 가족이 모이는 자리에서, 잠시 세상의 소란을 내려놓고 우리의 ‘녹슨 거울’을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빛에 비추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윤동주 시인이 밤마다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거울을 닦으려 했던 것처럼, 우리도 회개하는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 우리의 죄를 고백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우리의 영혼을 닦아내야 합니다.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서만이 우리의 죄 된 모습이 정결하게 되고,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가 회복될 수 있습니다(요일1:9, 고후5:17).
물질적 유산보다 값진 것은, 어쩌면 따뜻한 말 한마디, 올곧은 가르침, 그리고 서로를 아끼는 마음일 것입니다. 이번 추석에는 함께 예배하며,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우리의 역사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진정 의미 있는 ‘영적인 유산’을 물려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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