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가을은 참으로 묘한 계절입니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희망찬 기운도, 뜨거운 여름의 열정적인 활기도, 그리고 겨울의 고요하고 엄숙한 침묵도 아닌, 가을은 그 모든 것의 흔적을 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깊은 사색을 불러일으킵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풍경 앞에서 우리의 감정은 변화무쌍하게 요동칩니다. 어떤 이는 다가오는 겨울의 쓸쓸함을 느끼고, 어떤 이는 한 해의 풍요로운 결실에 감사하며, 또 어떤 이는 삶의 덧없음을 깨닫기도 합니다.
얼마 전, 좌우로 오래된 은행나무가 도열한 길을 지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난 밤 세찬 바람이 남긴 흔적이 고스란히 쌓여 빛바랜 노란 잎들과 아직 푸르름을 버리기는 아쉬움이 많은 잎들이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또한 길 위에 쌓여가는 은행나무잎들의 푹신함과 떨어져 구르고 있는 은행알맹이들의 모습이 쓸쓸함을 더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이 빚어낸 풍경들은 사람의 마음속에 많은 생각을 불어 넣습니다. 제 마음속에는 "조금 지나면 이 아름다운 흔적들도 청소하는 분들에 의해 모두 사라지겠지"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그 길을 돌아가 보았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도 낙엽은 바람에 흩날리고, 그 모습에서 저는 삶의 한 단면을 보았습니다.
우리의 삶 역시 이 낙엽과 같습니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경험과 감정의 흔적을 남깁니다. 젊은 날의 열정과 패기, 사랑하는 이들과의 소중한 추억, 고통과 시련 속에서 얻은 깨달음, 이 모든 것들이 마치 낙엽처럼 우리 삶의 길 위에 쌓여 갑니다. 때로는 아름답게 펼쳐지기도 하고, 때로는 거친 바람에 흩어져 사라지기도 합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 할지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시편 90:10)라고 말씀하며 인생의 유한함을 상기시킵니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히 허무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유한함 속에서 우리는 영원한 가치를 찾고,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길 필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것 또한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 가운데 이루어지는 자연의 순리입니다. 교육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이 사라져 가는 흔적들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웁니다. 과거의 경험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데 중요한 교육적 자원이 됩니다. 또한 성경적 상담학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이러한 사라짐 속에서 상실감이나 허무함을 느낄 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한 소망과 위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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