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마침표가 아닌, ‘거룩한 쉼표’가 필요한 시간
    2026-01-13 09:59:47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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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이맘때면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저마다의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매스컴은 새해를 맞는 인파의 설렘을 비추지만, 그 희망의 아우성에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 마음 깊은 곳에 똬리를 튼 맺힌 것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합니다. 억울함과 분노, 현실의 한계에 대한 절망, 그리고 고집과 교만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제도와 정치, 교육, 혹은 지도자가 내 희망을 앗아갔다고 성토하며, 세상이 바뀌어야 비로소 내 삶에 희망이 올 것이라 말합니다.

    물론 구조적인 한계가 우리의 발목을 잡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외부의 환경보다, 너무 쉽게 마침표를 찍어버리려는 우리 내면의 조급함일지 모릅니다. 지독하게 우울하고 절망적인 상황, 그래서 쉽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진짜 이유는 어쩌면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결과를 빨리 내고 판단을 완결 지으려는 나의 태도에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취지향적인 사회 속에서 스스로를 채근하며 살아왔습니다. 과정을 견디기보다 결과를 내야 하고, 기다리기보다 판단하고 결정짓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러한 마침표 찍기의 습관은 우리를 끊임없이 긴장하게 만들고, 타인과 비교하게 하며, 가정에서조차 자녀들을 기다려 주지 못하고 다그치게 만듭니다. 그리고 결국 성급했던 판단 뒤에 남는 것은 깊은 후회뿐입니다.

    2026년 새해,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와 친해지는 일입니다. 악보의 쉼표가 음악을 완성하듯, 우리 인생에도 쉼표가 주는 잠시 멈춤의 미학이 절실합니다. 숨이 넘어갈 듯 깔딱거리는 위기의 순간, 짧은 쉼표 하나는 생명을 살리는 숨구멍이 됩니다. 운전 중 정지선에서의 멈춤이 사고를 예방하듯, 분주한 삶의 여정에서 1분의 멈춤은 수많은 실수를 예방하고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합니다. 말하고 싶을 때, 감정이 요동칠 때, 행동하기에 앞서 잠시 멈추어 보십시오. 그 짧은 멈춤이 관계를 살리고 삶의 여유를 되찾아 줄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인에게 이 쉼표는 단순한 휴식을 넘어선 거룩한 가치를 지닙니다. 새해의 분주한 계획들 사이에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영적 쉼표를 찍어야 합니다. 하루 1, 10, 혹은 1시간의 멈춤은 우리가 주인이 되어 마침표를 찍으려던 교만을 내려놓고, 하나님과 깊이 교제하는 소통의 자리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우리의 열심과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며, 그 방향은 멈추어 서서 하나님을 바라볼 때 비로소 선명해집니다. 2026, 성급한 마침표 대신 기도의 쉼표, 묵상의 쉼표를 찍으십시오. 그 거룩한 멈춤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주시는 회복을 경험하고, 비로소 은혜의 날개를 달고 힘차게 날아오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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