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로 무지를 자각하는 것이 지혜의 시작임을 알렸습니다. 그는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당연하게 여겼던 생각의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우리 역시 매 순간 고민하고 판단합니다. 개인적인 진로부터 사회 문제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가장 선하고 바른 길인지 찾기 위해 애씁니다. 하지만 그 치열한 생각의 끝에서 내린 결론이 과연 최선일까요? 어쩌면 그것은 단단한 확신으로 위장한 ‘착각’은 아닐까요?
최근 허버트 사이먼 교수의 저서 『생각과 착각』(원제: Models of My Life)을 통해 이러한 의심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생각과 착각의 경계를 넘나드는지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우리는 스스로가 수많은 정보를 종합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고 믿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의 생각은 개인이 가진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필터를 거치기 마련입니다. 이 필터는 때로 우리를 독선과 오만의 함정에 빠뜨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과의 관계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대학 진학을 결정할 때, 전국의 모든 대학과 학과의 정보를 100% 수집하고, 미래의 산업 변화까지 완벽하게 예측하여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제한된 정보와 제한된 시간 속에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라는 틀 안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결정을 내릴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한정적 합리성’의 본질입니다.
놀라운 점은, 사이먼 교수가 이 개념을 제시했을 당시 많은 이들이 이를 외면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여전히 자신의 판단이 모든 정보를 고려한 가장 합리적인 결과라고 믿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가 알아볼 만큼 알아봤어", "이게 가장 이성적인 판단이야"라고 단언하며, 자신의 생각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차단해버립니다.
하지만 바로 이 ‘한계’를 인정하는 용기에서부터 진정한 성장이 시작됩니다. 내가 가진 지식의 부족함,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의 한계, 그리고 모든 것을 숙고할 시간의 제약을 겸허히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나의 ‘완벽한 생각’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한 진실한 노력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결코 패배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넓은 시야와 창의적인 발상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지혜로운 전략입니다.
나의 생각이 언제든 ‘착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이는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지적 겸손함입니다. 『생각과 착각』이 던지는 도전은 바로 이것입니다. 당신의 생각은 얼마나 열려 있습니까? 당신의 합리성은 스스로 설정한 한계에 갇혀 있지 않습니까?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잠3:5) 는 말씀은 허버트 사이먼의 ‘한정적 합리성’ 개념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자신의 이해력과 판단력을 절대실하려는 우상 숭배를 버리고, 한계를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착각의 껍질을 깨고 더 나은 생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허버트 사이먼의 『생각과 착각』에서
| 번호 | 제목 | 작성자 | 등록일 | 조회수 | 첨부 파일 |
|---|---|---|---|---|---|
| 79 | 영적 도약을 위해 정복합시다! [25.11.16] | 관리자 | 2025-11-19 | 6 | |
| 78 | 구제와 선교를 위한 이웃사랑 바자회를 네 번째 지나가면서.... [25. 11. 09] | 관리자 | 2025-11-11 | 16 | |
| 77 | 팔꿈치를 나누는 교회 | 관리자 | 2025-11-11 | 16 | |
| 76 | ‘거함’, 그리고 ‘열매 맺음’ [20. 10. 26] | 관리자 | 2025-11-11 | 16 | |
| 75 | 비 온 뒤 맑음: 함께 달리며 예수를 바라본 체육대회 [25. 10. 19] | 관리자 | 2025-11-11 | 17 | |
| 74 | 사라져 가는 시간의 흔적 [25. 10. 12] | 관리자 | 2025-11-11 | 17 | |
| 73 | 녹슨 거울에 비친 오늘, 다음 세대에 건넬 추석 선물 [25. 10. 05] | 관리자 | 2025-11-11 | 11 | |
| 72 | 비정상, 정상, 그리고 ‘초정상’의 시대적 가치 (고전 9장을 중심으로) [25. 09. 28] | 관리자 | 2025-11-11 | 11 | |
| 71 | 부유함이라는 착각 속에서 [25. 09. 21] | 관리자 | 2025-11-11 | 9 | |
| 70 |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25. 09. 14] | 관리자 | 2025-11-11 | 17 | |
| 69 | 사고의 청지기: 내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지혜 [25. 09. 07] | 관리자 | 2025-11-11 | 10 | |
| 68 | 섬김의 위치에 설수록 자기관리가 필요합니다. [25. 08. 31] | 관리자 | 2025-11-11 | 11 | |
| 67 | 우리는 무엇에 몰입하는가? [25. 08. 24] | 관리자 | 2025-11-11 | 11 | |
| 66 | 알고리즘을 넘어, 주님을 보고 듣는 삶 [25. 08. 17] | 관리자 | 2025-11-11 | 10 | |
| 65 | ‘완벽한 생각’이라는 착각 [25. 08. 10] | 관리자 | 2025-11-11 | 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