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손가락의 짧은 스크롤 한 번에 세상의 온갖 정보와 자극이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1분 남짓의 숏폼(short-form) 콘텐츠가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우리의 취향을 완벽히 저격한, 다음 영상을 쉴 새 없이 추천합니다. 과거 TV를 끄고 가족을 마주하던 ‘선택적 멈춤’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우리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순간, 손안의 세상과 연결된 채 살아갑니다.
이러한 디지털 환경은 그리스도인의 신앙에도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온라인 예배와 말씀 콘텐츠, 찬양 영상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신앙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러나 이 풍요 속에서 우리는 ‘소비자’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가 듣기 좋은 말씀, 내 마음에 드는 찬양만 골라 들으며, 알고리즘이 만들어준 ‘신앙의 필터 버블’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세상과 소통한다고 믿지만, 실은 내 생각과 비슷한 목소리만 메아리치는 방 안에 갇혀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성경이 우리에게 “보라!” 그리고 “들으라!”고 반복해서 명령하는 이유는, 우리의 보고 듣는 것이 우리의 영혼을 빚어가기 때문입니다. 무심코 흘려보내는 수많은 이미지와 소음들이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을 세상의 것으로 물들일 때, 우리는 보아야 할 하나님의 영광을 놓치고 들어야 할 그분의 세미한 음성을 듣지 못하게 됩니다. 세상의 소리가 너무 커서, “인간과 컴퓨터는 다르다”는 근본적인 진리마저 잊은 채 살아갑니다.
지금이야말로 ‘디지털 금식’을 통해 의도적으로 눈과 귀의 방향을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단순히 스마트폰을 끄는 것을 넘어, 우리의 시선을 스마트폰 화면이 아닌, 살아있는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고정해야 합니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 대신 창조 세계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가상 공간의 ‘좋아요’ 소리 대신 내 곁에 있는 지체의 아픔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삶을 나누는 것, 함께 소리 내어 기도하고 찬양하는 아날로그적 행위 속에 하나님의 임재가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눈과 귀는 어디를 향하고 있습니까?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세상을 보고 듣고 있습니까, 아니면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을 보고 듣고 있습니까? 자극적인 세상의 소리로부터 잠시 떠나봅시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사랑을 깊이 보고, 지금도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성령의 음성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우리의 삶에는 세상이 줄 수 없는 참된 평안과 생명이 회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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